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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D YWG

COPR 분실 - 부제 : 캐나다포스트의 만행





한 줄 요약 :

캐나다포스트는 당신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작년 2월 보냈던 서류 신청서의 승인이 나면서 나의 길다면 긴 짧다면 짧은 영주권 journey의 막이 내렸다.

생각해보면 나는 대체로 운이 좋은 편이었다.

헬스카드를 주네마네 하던 2017년 매니토바에 도착해 대부분의 헬스카드 신청이 거절당할 때도

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정말 운이 좋게 아무 탈 없이 헬스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었고,

프로세스 내내 그 흔한 서류 요청이나 확인 전화도 없었을 뿐더러

연방 진행 중에는 이직을 했는데도 프로세스에는 큰 문제나 연기 사항 없이 PR 신청이 승인되었다.





이것이 COPR을 손에 넣기까지의 내 생각이었다.




4월 17일 아침, 오매불망 기다리던 PR 지원의 승인이 결정되었고

그 날 당일 일이 끝나자마자 사진을 찍고 서류를 작성해

후다닥 보냈었드랬다.

17일은 목요일 18일은 금요일이었지만 그 주가 good friday로 시작해 easter로 이어지는 장기 연휴였고,

보통의 경우 이삼일이면 도착하는 xpresspost가 나의 경우 사일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연휴가 끼었던 게 불행의 전조였던 것인지.

아니, 이 때만 해도 연휴 끼고도 저 정도 속도면 빠르게 잘 도착했다고 생각했었다.

목요일에 보낸 우편이 그 다음 주 화요일 오타와에 도착했고,

세상에서 제일 길었던 수요일을 지나 또 다시 목요일,

오타와에서 COPR이 우편 접수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토요일이면 오려나 월요일이면 오려나

틈만 나면 배송 조회를 했던 우편물이 생각보다 이른 금요일 이미 위니펙에 도착했었드랬고

일이 끝나고는 정말 설레는 마음으로 쏜살같이 퇴근을 해 집에 도착했는데.

이 때부터 내 생애 가장 긴 24시간을 보낸 것 같다.

분명 배송조회를 해보면 오후 두시쯤 사는 곳으로 도착했다는 우편물이

우편함에도, 내 방 근처나 복도, 심지어 내가 사는 곳의 윗층은 물론 아랫층까지 샅샅이 뒤져도 온데간데 없었다.

처음 한 세 시간은 그냥 당황한 채 여기저기를 계속 찾아본 것 같다.

그러다 우편물이 내가 사는 곳 어느 곳에도 없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곧장 캐나다포스트에 연락해

우편물 분실 접수를 했다.

우편함은 확인했는지, 공용 우편함을 사용하는지, 단독 주택이 아니라면 관리인과 얘기해보았는지 등등

FAQ 수준의 확인 질문을 내게 계속해서 던지곤 접수를 해주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뭘 어떻게 도와주려고 했던 것일까 아직도 의문이 든다.

이유는, 답답하고 초조함이 극에 달했던 내가,

혹시 배달을 담당했던 집배원에게 직접 확인해주는 것인지 물었을 때 그건 불가능하다고도 답을 주었고,

혹시 캐나다포스트 측에서는 내가 볼 수 있는 일반 조회 정보 외에 더 추가적인 세부 정보 조회가 가능한지를 물었을 때에도

그렇진 않다고 답변해줬기 때문.

그렇다면 그냥 증발해버린 우편물을 대체 어떻게 도움을 주려 했던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분실 신고를 마치고도 정말 이게 현실이고 실제 상황인지 믿을 수가 없었다.

캐나다에선 어떤 문제가 됐든 남을 count on하기보다 -특히나 그 대상이 공공 기관이면서 사안이 급박할수록- 내가 스스로 나서서 손을 써야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너무 잘 알았기에,

급한대로 우편함 근처에 분실된 우편물을 찾는다는 노트를 붙여두곤

여전히 현실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채 그렇게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다음 날.

캐나다포스트에서 으레 부재 중 택배를 맡겨두는 근처 우체국을 방문해 한 번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터를 삼십분 일찍 나와 부랴부랴 우체국을 향했는데,

이 때 정말 아, 이거 영영 못찾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한국이라면 같은 상황에서 우체국에 있는 우편물들을 한 번 확인해줄 법도 한데

너무나 딱 잘라 부재 중으로 맡겨진 우편물이 아닌 이상

확인해줄 수가 없다는 설명을 들었고

대신 건물 관리인에게 한 번 더 확인을 해보는 건 어떻겠냐는 조언 아닌 조언이 있었다.

이 때쯤엔 민폐고 뭐고 할 수 있는 건 정말 다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 날 연락했던 관리인에게 염치 불고하고 한 번 더 연락을 해보았다.

혹시나 관리인이라면 다른 사람들 우편함을 확인할 수 있는지, 혹은 건물 감시 카메라 영상을 통해 집배원이 정말 이 건물에 우편물을 배달을 하긴 한건지만이라도 확인하고 싶다는 문의를 하자

이 때쯤엔 관리인도 그저 내가 귀찮았던지

그건 불가능하다는 답 뿐이었다.

이젠 뭘 더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혹시나 해서 검색해 본 비자 포럼엔 더 황당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이런 경우가 내가 처음이 아닐 뿐더러,

우편물이 같은 건물이나 집 근처도 아닌 어디 정말 전혀 상관없는 동네 건물로 배송이 된 경우,

오배송지에서 아무 생각 없이 우편물을 뜯고 내용을 확인하고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그대로 우편물을 보관하고 있던 경우...ㅋ...,

당사자가 결국 이웃집을 하나하나 방문해 우편물을 찾아낸 경우 등등 상상 이상의 사례들이 정말 많았다.

개중 그나마 다행인 경우는, 수신인이 반송을 해 COPR이 다시 오타와로 간 경우 정도였다.

또 우편물을 다시 찾았더라도, 캐나다포스트의 도움 덕분에 되찾았다기보다는 위에 언급한 사례와 같이 당사자가 발품을 뛰어 겨우 찾아낸 경우들.



아 정말 이대로라면 이 서류를 영영 못찾을 수도 있겠구나, 이젠 어떻게 되는 거지, IRCC에선 이걸 과연 재발급을 해줄까, 해준다면 이번엔 또 얼만큼이 걸리는 걸까 별별 생각을 다 하다가

씁쓸하지만 연민엔 반응이 없어도 돈엔 반응이 있는 게 요즘 세상 아닐까 싶어

우편물 찾아주는 분께 사례금 드림...의 새 노트를 작성하고 있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그 순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고,

받아보니 네가 찾는 우편물 아마 나에게 온 것 같다며 1층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착한 이웃의 연락이었다.

이웃은 우편물이 본인의 것인 줄 알고 뜯어봤다며 미안해했고

다른 상황이라면 우편물을 뜯어본 것에 더 기분이 나빴을 수도 있었지만

봉투 안의 개인정보고 사진이고 누가 봤다는 것보다

그냥 그게 내 손 안에 늦게라도 들어왔다는 게 너무 감사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copr을 잘...ㅎ...받은 게 되었지만

결국은 집배원이 우편물을 다른 우편함에 넣어놓고 배송 완료 처리를 해둔 것이었는데,

비자 포럼의 다른 지원자들 말마따나

상대적으로 분실해도 큰 상관이 없는 bill지나 하다못해 택배도 꼬박꼬박 잘 도착하면서

정작 일반 우편보다 더 중요한 우편인 게 확실한 xpresspost를 이런 방법으로, 이런 빈도로 잘못 배송한다는 게 정말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더구나 나야 여권도 사본을 보냈을 뿐이지만

여권 원본을 보내야하는 다른 나라의 지원자들은...

참...

여하튼.

한국인 지원자 중에는 이런 사례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이런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혹시라도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다면 xpresspost를 구입할 때 signature required 의 옵션을 더 해 여권 정보를 보내는 방법이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사실 포럼 검색하다가 본 사례 중엔 다른 주소의 전혀 무관한 사람이 서명까지도 하고(...) 우편을 수령 한 사례도 보긴 해서 크게 도움이 되는 것 같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나마 정확한 배송이 되지 않을까,

아니면 오배송이 되었을 때 적어도 누가 이걸 받았는지 조금이라도 알 수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실 그냥 최악은 피하는 차악 정도...?

나는 사실 우체국에서 직원이 스치듯 물어본 것에

굳이 필요없을 듯 하다고 무심코 대답을 했었는데

설마 설마 생각만 했던 일이 실제로 닥치니

그거라도 해둘걸, 지난 순간 무심코 내렸던 결정이 어찌나 후회스럽던지.

좌우지간 캐나다포스트에 대한 신뢰를 크게 잃은 최근의 경험이었다.

.....끝. 🙄